文대통령 '4자 종전선언' 제시

입력일 : 2021년 09월 30일
[흥덕일보] 예준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나는 오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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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간 단순히 종전선언의 필요성만을 언급해왔던 것과 달리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라는 구체적인 방향성까지 제시한 데에는 더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앞선 4년 간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달리 종전선언의 주체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노이 노딜' 여파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던 2019년 74차 총회에서는 한반도 문제 3원칙의 재확인 속에 평화경제 구상이 종전선언을 대체했었다.

당시 북한의 경제적 보장을 앞세운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 구상은 비핵화 상응조치로 북한이 요구해오던 경제제재 완화에서 체제안전 보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과는 동떨어진 접근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75차 총회에서는 한반도 평화의 미완성 현실과 함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종전선언 필요성을 재환기하는 수준에 그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반영한 인간안보 화두 속에서 북한의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동참을 호소했었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초기 비핵화 협상의 유인책으로 기존의 남북 종전선언을 남북미 3자 종전선언으로 참여 대상의 폭을 넓혔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카드로 종전선언을 접근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국 조야를 중심으로 종전선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타이밍을 놓쳤고, 이후 중국이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를 제외한 3자 종전선언은 있을 수 없다며 반대하면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선언의 주체를 3자로 할 것인지, 4자로 할 것인지에 대한 형식 논리에 갇혀 협상 카드로서의 생명을 잃었다.

남북미 3자 종전선언→남북미중 4자 평화협정 체결→북핵 6자회담국 평화협정 보증→유엔 최종 보증 순으로 단계를 밟아나가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과거 종전선언 로드맵이었지만 '하노이 노딜'과 함께 무산됐었다.

문 대통령이 "마침 올해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지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남북한과 주변국들이 함께 협력할 때 한반도에 평화를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한 것도, "종전선언이야 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한 것도 모두 이러한 맥락 위에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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